얼마 전에 읽은 강성민의 『학계의 금기를 찾아서』에 언급된 걸 보고 찾아 읽은 책이었습니다. 사실 그 책에서는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을 한번 일부러 찾아본 것인데, 나중에 사놓고 읽어보니 외려 이 책이 더 마음에 들더군요. 

실려 있는 기사 중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시간강사로 살아가기」를 가장 관심 있게 읽었습니다. (무려 2004년 5월에 나온 '학술지'니까 따지고 보면 퍽 낡은 글이어야 할 텐데 슬프게도 그렇지는 못하더군요.) 흥미롭게도 독일과 미국의 시간 강사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실었는데... 뜻밖에도 외국 대학이라 해서 처지가 한국에 비해 썩 나은 것도 아니더군요. 물론 급여라던가 강사의 지위·대우 같은 기본적인 면에서 본다면 외국의 대학이 한국 대학에 비해 훨씬 낫기야 합니다. 사회보장제도 자체가 잘 갖춰져 있으니까요. (특히 독일) 그러나 해외 대학의 강사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음을 알게 되더랍니다.

독일의 경우 박사학위를 딴 뒤로도 '교수자격심사'를 한 번 더 걸쳐하는 까닭에 교수 자격을 얻는 것 자체를 얻기가 훨씬 더 까다롭다고 합니다. 게다가 학부 강의의 80% 정도를 강사들이 도맡아 하고 있음에도 고학력 인력이 워낙 많은 탓에 강사들이 별 대접을 못받는다 합니다. 한국에서는 학부 강의의 45% 정도를 강사들이 맡는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그 혹독함을 대략 짐작해볼만 하죠. 그 경쟁률 속에서 어찌어찌 교수로 임용되게 되면 나이가 대략 43세가 됩니다.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도 학부 때부터 감안하면 거의 20년 가까이 공부해야 간신히 비정규직 신세를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독일철학사에 이름을 남긴 몇몇 천재들은 30세 즈음에도 교수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말 그대로 '천재'들의 경우고, 거기에 덧붙여 지금처럼 교수 임용 경쟁이 치열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 보니 웃지 못할 사건들이 많이 생긴다고 합니다. 가령 교수로 임용될 즈음해서 자신이 따르던 교수가 죽기라도 하면 그대로 대학을 떠나야 한다고 하죠. 후임으로 들어온 교수는 물론 자기 사람들만 챙기기 마련이니까, 억지로 대학에 남는다 해도 큰 빛을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보고 나니 글 중에 교수 임용을 로또에 비유하는 것이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겠다 싶더군요. 한편으로는 왜 그 많은 해외유학파 박사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귀국해서 한국 대학에서 근무하려 하는 이유가 대략 이해가기도...

그런가 하면 미국의 사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충격을 주더군요. 보통 한국 대학에서 20시간 어치의 임금을 받는다고 하면 대개 20시간의 강의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잖습니까? 그런데 미국의 대학에서는 4시간만 강의할 뿐입니다. 그럼 무슨 명목으로 16시간 분량의 강의료를 받느냐? 강의할 때 외에 연구실에서 하는 업무 같은 것도 강사의 업무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죠. 거기다 비정규직 신분이기 때문에 썩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긴 하지만, 최소한 먹고 살 수 있을만큼의 돈은 주더랍니다. (한국 대학은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미국 대학에서는 박사 과정 학생이 학부 강의를 맡으면 등록금을 면제해준다는 사실도 감안해야겠죠.) 

한국 대학 강사와 미국 대학 강사의 처지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도 하나 소개되어 있습니다. 

미국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한 기억이 있다. "쥐꼬리만한 월급 받으면서 고된 노동을 한다"고 투덜대던 미국 친구가 갑자기 "아, 그러고보니까 생각났는데, 한국에서는 대학강사 임금이 아주 낮아서 강사료만으로는 생활이 힘들다고 하는 얘길 유학생에게 들은 적이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덩달아 나까지 불쌍하게 쳐다보며 연민을 표현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정말 표정관리하기 곤란해진다.

글을 읽는 저까지도 표정관리하기가 곤란할 지경이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왜 휴학 전에 사석에서 만나던 강사님이 (제 전공이 한문 고적을 파야하는 것임에도) 거듭 미국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했는지 얼추 짐작을 하겠더군요. 썩 유쾌한 깨달음은 아니었지만요.

하여간 여러모로 충격과 공포를 느끼게 했던 책이었습니다.

다만 제가 산 '최신간'이 대략 2004년 5월에 나온 것을 보면 『모색 6호』를 보기란 어렵겠죠...
Posted by 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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